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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NBA

[NBA] 2024 신인 드래프트 후기

by 한찬우 2024. 6. 29.

2023-24 NBA는 6월 중순께  보스턴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트레이드 기간, 섬머리그, 파리올림픽 농구 등 치열한 오프시즌을 보내고 나면 다시 10월에 차기 시즌이 시작된다. 그중에서 새로운 선수를 뽑는 NBA 드래프트 역시 팀의 미래를 바꿀 중요한 행사다.

특히 이번 2024 드래프트는 내게 더욱 의미가 크다. 지난 가을학기와 봄학기를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현지에서  오가는 정보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남의 나라' 프로 농구도 다가가기 어려운데 더군다나 그들의 대학 농구라니.
당연하게도 대학 농구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는 상태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고 경기도 보러 다니면서 대학 선수와 팀, 그걸 작동하게 하는 시스템에 대해 차츰 녹아들었다. 여전히 내가 몸담은 학교와 컨퍼런스 위주로 아는 게 대부분이지만, 분명 예전과 비교해선 상전벽해 수준일 것이다.
2020년 전후의 드래프트만 하더라도 나는 '1픽과 상위픽 위주'의 선수만 알기에도 벅찼다. 이후 시즌을 거듭하며 관심 범위를 넓혀갔고 이번 드래프트는 60명 안팎의 선수에 대해 최대한 관심갖고자 했다.
그건 그렇고, 이번 행사를 실시간으로 보며 느낀 바를 주절주절 적어보겠다.
 

- 드래프트도 결국은 '취업시장'

온갖 미디어와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드래프트.  결국은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한 취업시장이다. 그리고 이 '공채'의 과정에 들지 못한 선수는, 다른 리그를 알아보거나 다른 루트를 통한 NBA 재입성을 노려야한다. 
NBA 드래프트가 다른 취업 시장에 비해 그 일련의 선발 과정에 대해 일거수일투족 노출이 된다. (미국의 미디어들은 이 노출에 미친다) 그럼에도 더 잘난 선수와 더 못난 선수를 가르는 완전한 정량평가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지난해 1픽으로 뽑힌 빅터 웸벤야마(샌안토니오 스퍼스) 같은 압도적인 아웃라이어를 제외한다면, 선수의 기량을 놓고 줄 세우기란 참 어렵다.
특히 팀마다 처한 사정과 팀이 원하는 포지션과 케미가 저마다 다르다. 그러니 드래프트에서 우선시 될 것은 '선수 기량의 순서'보다 '픽을 갖고 있는 팀의 순서'로 보는 게 적절하다.
가장 잘하는 선수부터 쭉 1,2,3 픽 나란히 뽑히는 것이 아니라, 1 픽, 2 픽, 3 픽을 갖고 있는 팀이 나란히 제 입맛에 맞는 선수를 뽑는 것으로 보는 게 더 맞다.
 
드래프트는 총 60명이 뽑힐 수 있고, 드래프트 직전까지 예상 명단이 인터넷을 떠돈다. 다양한 스카우터, 전문가들이 머릴 맞대고 예측해놓은터라 공신력은 꽤 있다. 그럼에도 한 팀, 한 선수만 엇갈려도 쭉쭉 순서가 뒤바뀌게 되는 게 드래프트의 특성이다.
이건 대입, 취업시장, 다 그런것 같다. 이곳저곳 다 붙는 '깡패'를 제외하곤 꼭 실력 순서대로 딱딱 들어맞게 합격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여러 개 붙는다고 여러 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하나를 골라야 한다. 이 특성에 따라 유불리도 생긴다. 많은 팀들이 눈독을 들이는 선수도 결국 지명받는 팀은 하나고, 매력 없는 선수로 평가받더라도 한 팀만 선택을 받으면 결국 프로 직행 티켓을 따낼 수 있다. (앗싸)
다음 주제는, 이번 행사에서 55번째로 뽑힌 선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레이커스의 선택을 받은 선수다.
 

- 르브론 아들, 브로니 제임스

55픽으로 LA 레이커스의 선택을 받기 직전까지, 이 선수에 대한 예측은 그 스펙트럼이 상당했다. 르브론 제임스의 아들 브로니 제임스에 대한 이야기다. 대학 1학년을 시원찮게 마친 탓에 브로니에 대한 의심은 끝까지 따라붙었다. 드래프트를 신청할 깜냥이 있는가, 언드래프트(undrafted) 될 것이다, 드래프트에서 거의 문 닫고 들어갈 것이다, 등등.
놀랍게도 막판이 되자 그의 주가는 더 올라갔다. 르브론의 거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행간의 소문이 돌자, 브로니는 상위픽(10~20 픽)으로도 거론이 됐다. 
 
그럼에도 대학 시절 평균득점 4.8점을 올린 그를 선택하는 팀은 54번째 픽까지 없었다. 그리고 르브론의 소속팀인 레이커스가 그를 뽑았고, 높은 확률로 한 부자가 같은 팀에서 뛰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아들의 성장까지 프로레벨을 유지한 르브론, 그리고 프로 레벨까지 성장한 아들 브로니 둘 모두 박수받아 마땅하다. 특히 나처럼 르브론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너무나도 축하하고 싶은 일이고 설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후 SNS를 보니 프로에 지명된 것과 별개로 '뒷이야기'가 돌았다. 그런데 브로니의 에이전트는 다른 팀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만약 지명하면 브로니는 NBA를 안 뛰고 호주로 가버릴 거다"라며 협박성 멘트를 날렸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게 55 픽의 레이커스 행이라면, 썩 나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 브로니를 둘러싼 '어른들'의 조종으로 만들어진 냄새를 지울 수가 없다. 
솔직히, 55픽에 뽑힐 재능이었으면 이전의 다른 팀들도 눈독을 들였을만하다는 게 내 생각. 게다가 그 주인공은 르브론의 아들이고 이미 웬만한 프로보다 인기가 더 있는 선수다(인스타 팔로워 800만이네). 다른 팀 매니저들이 이걸 고려하지 않았을 수가 없다. 
아빠와 아들이 한 리그에서, 한 팀에서 뛰는 낭만을 어쩌면 몇달뒤면 볼 지도 모르겠다. 근데 생각보다 더 달콤한 것은 아닐 것 같다, 라는게 내 생각.
 

- 캔자스 출신

이번 드래프트에서 캔자스 대학교(내 교환교) 출신 선수 2명이 기쁨을 누렸다. 사실 두 선수 모두 드래프트될 것이 유력했기 때문에 놀라운 감정이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순간을 직접 보는 것은 팬인 나로서도 감격이었다. 미국 대학에는 '1부 리그'에 해당하는 학교만 300여 개가 있다. 그런데 프로의 문은 단 60명에게 허락되니, 학교에서 프로 1명을 배출하는 것도 엄청난 일이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2명을 배출했고, 두 명 이상 배출한 학교가 단 8개밖에 없다. 
 
2라운드 35픽 조니 퍼피(인디애나 페이서스), 2라운드 56픽 케빈 맥컬러 주니어(뉴욕 닉스)가 각각 지명됐다.
조니 퍼피는 호주 출신이고 1학년 이었다. 미소년 외모에, 깔끔한 플레이스타일로 대학 시절에도 팬이 참 많았다. 불과 한 시즌동안 팀 내 후보->주전->NBA 드래프트 가능성 언급->끝내 지명, 과 같은 단계적인 성장을 보였다.
케빈 맥컬러 주니어는 내 최애 선수이자 우리팀 주장이었던 선수다. 4학년 선수였고, 공수 모두의 재능과 노련함이 돋보였다. 시즌 말미 부상을 당해, 토너먼트 출전도 못했고 드래프트 주가도 좀 휘청였지만 그래도 다행히 프로 팀의 부름을 받았다. 이제 그의 모습은 캔자스의 앨런필드하우스가 아니라, 뉴욕의 MSG(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볼 수 있겠다.

 
쓰다 보니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