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농구(NCAA)와 프로농구(NBA)의 차이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시다.
두 리그가 보이는 흐름, 트렌드, 활용도... 이런 것에 따른 선수 평가에도 괴리가 생긴다.
앞 선수는 잭 에디(Zach Edey / 퍼듀, 4학년)이고, 뒷 선수는 도노반 클링언(Donovan Clingan / 코네티컷, 2학년)이다.
두 살 차이 나는 두 선수의 올해 스탯은 다음과 같다.
잭 에디: 평균 31분 출전, 24.9 득점, 12.2 리바운드, 필드골% 62.5 // 토너먼트 평균 28 득점 15 리바운드
도노반 클링언: 평균 22분 출전, 13.1 득점, 7.4 리바운드, 필드골% 64.0 // 토너먼트 평균 16 득점 9 리바운드
도노반 클링언의 평균 출전 시간이 잭 에디의 2/3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클링언의 스탯도 굉장하다. 심지어 디펜딩 챔피언 팀에서 2학년 선수가 이러한 스탯 볼륨을 낸다는 것은 더욱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경기 출전 시간도 능력임을 감안하면 잭 에디의 대학 무대 활약은 더욱 뛰어나다고 보는 게 맞다.
퍼듀 농구에서 보이는 에디의 활약은 팀 전력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이러한 활약으로 2년 연속 '네이스미스 올해의 대학 선수상'을 받았고, 이는 랄프 샘슨(1983년 수상) 이후 처음인 어마어마한 기록.
그렇지만, 재밌는 건 이 둘의 NBA 평가표는 오히려 반대라는 것이다.
가장 최근 NBA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2024 NBA 가상 드래프트> 순위에 따르면, 클링언은 5 픽으로 예상됐고 잭 에디는 25 픽으로 평가받았다. 이마저도 잭 에디는 지난번 30위에서 오른 위치다.
어떻게 2년 연속 '대학에서 가장 잘한 선수'가 프로 무대에선 손가락 등수 안에 지명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2라운드(31픽부터)에 더 가까운 위치로 평가받는 것일까.
그에 반해 팀 내에서도 서너 번째 득점 순위를 기록하는 빅맨 클링언은 어떻게 NBA 드래프트라는 가장 거대한 스케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위치하는 것일까.
'나이'와 '활용도'
우선, 유망주 레벨에선 나이 한두 살이 엄청나게 큰 차이를 가른다. 대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이 받는 평가의 가중치는 생각보다 상당하다. 특히, 대체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팀에 더 녹아들고 팀 전술에 맞춤된 플레이를 보이다 보니 스탯이 더욱 상승하기 마련이다.
그런 가시적인 스탯은 성장할 수 있겠지만, 선수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장점은 어쩌면 '타고나는 것'에 가깝다. 피지컬 같은 것도 결국 키우면 되는 것이겠지만, 샤프 슈터의 '고감도 슛감'은 훈련만으로 커버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어느 정도는 타고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유한 잠재력과 스킬셋이 스카우터들에게 비치는 데 성공했다면 그 선수는 꽤 고평가를 받는 루트를 탈 수 있다. 10득점을 약간 웃도는 득점 볼륨으로도 상위픽에 뽑히는 저학년 선수들이 많은 이유다. (물론 역대급 선수들은 대학 1학년부터 빛난 사례도 많다. 예를 들어, 1학년 때 25득 11리바 스탯을 뽑고 프로로 간 KD... 1학년 때부터 1옵션으로 토너먼트 우승시킨 카멜로...)
이러한 잠재력이 부족하면 그것을 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결국은 '스탯 볼륨'이다. 어쨌든 경기의 득점을 만들고 승리로 이끄는 것은 득점을 비롯한 주요 스탯들이니.
활용도도 마찬가지다. NCAA와 NBA를 두고 봐보자. 대학리그나 여타 리그에서 '씹어먹은' 선수들이 NBA에서 활약할 확률이 훨씬 더 높지만,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과 프로는 엄연히 그 흐름이 다르다. 대학은 선수 입장에서 길어야 4~5년밖에 뛰지 못하고, 특출난 신입생들은 1년 만에 프로로 진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학팀들은 보통 감독의 고유한 '고정된 전술'에 맞춰 선수를 끼워 넣고, 입맛에 맞는 선수를 스카우트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야 선수 이탈에 따른 전력감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10년, 20년 한 대학에 감독으로 머무는 지도자들이 많은 이유도 이와 같다.
퍼듀의 감독 맷 페인터 역시 19년간 퍼듀를 지도하면서 현재는 빅맨 농구를 펼치고 있고, 그 중심에 잭 에디가 있다. 224cm의 잭 에디를 막을 선수가 대학 리그에선 손에 꼽기 때문에 퍼듀의 농구는 대학을 지배하며 NCAA 토너먼트 결승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잭 에디가 프로에 온다면 그를 위협하는 선수들이 공수 양면에서 너무나도 많다.
그의 약점으로 평가받는 스피드와 운동능력은 대학무대에서 그의 압도적인 피지컬로 메꾸고도 남았다. 페인트존에서 2점 득점을 올리고, 수비에선 골밑을 지키다가 림을 보호하고 블락을 따내는 것이 퍼듀의 승리 공식이었다. 하지만 NBA 무대에서 그의 강점이 주는 긍정 효과보다 그의 약점이 줄 부정적인 결과가 더 크다. 게다가 프로팀은 '잭 에디' 맞춤 공수 전술을 펼쳐줄 수도 없다.
느린 센터가 단신 가드에게 먹잇감처럼 따라다니는 장면을 우린 하이라이트 클립에서 여러 번 봤을 터다. 에디 역시 이런 약점이 분명히 노출될 것이고(이건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드래프트에서 다소 낮은 순위로 예정되는 것이다.
클링언 역시 약점은 있다. 218cm 클링언도 골 밑에서 덩크나 골밑슛 외에는 분명한 공격 스킬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1학년을 지나, 미들슛이나 3점을 장착하나 싶었으나 결국 실전에서 발휘할 레벨은 아직 아니다.
그럼에도 잭 에디보다 더욱 고평가 받는 이유는 활용도에 있다. 공격에서 잭 에디보다 조금 더 유연하게 득점할 수 있고, 조금 더 발밑이 빠르고, 조금 더 앞선까지 나와 상대 공격을 저지할 수 있다. 그것이 최근 NBA의 흐름이고, 빅맨에게 부여되는 역할이다.
차이는 여기서 온다. 잭 에디가 본인 능력을 십분 발휘하려면 2점 위주의 농구 팀에서 뛰어야 하지만, 클링언은 3점 위주의 농구팀에서 뛸 수 있고 또 그러한 팀을 상대할 수 있다. 잭 에디보다 말이다.
게다가 나이까지 두 살 어리니, 공격에서 스킬을 조금 더 쌓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슛 감과 슛 터치라는 게 훈련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만, 그래도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코너 3점을 장착하고 미들슛을 장착한 빅맨들이 수두룩 하다.
쓰다 보니 새삼 웸반야마와 홈그렌이 펼치는 올해 신인왕 경쟁이 대단하다고 생각 든다. 224cm, 216cm의 마른 거인들이 잘 뛰고, 잘 막고, 어리고, 또 슛 터치도 좋다. 신인류라는 표현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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