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여행기>
뉴욕 3일 차
간 곳: 구겐하임, 뉴욕현대미술관(MoMA), 센트럴파크, NBA스토어, 한식당
고흐 고갱 세잔 모네와 마네. 피카소의 끝없는 작품들과 잭슨 폴록의 자유분방한 청량감까지.
평소 같았으면 1년에 한두 번 주기로 찾곤 하는 미술관.
오늘은 뉴욕 여행이라는 일정에 맞춰 한나절에 미술관을 두 곳이나 도는 계획을 세웠다.
작품의 시대와 맥락보다 아직 내게 중요해 보이는 건 미술관의 위치와 동선, 혹은 요금은 얼마고 학생 할인이라도 받을 수 있는지 여부… 그런 것들이다.
구겐하임의 달팽이 모양의 건축물이 층 구분이 없이 살금살금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올라와 있는 구조다.
불과 오늘 아침만 해도 나와 미술의 관계도 그랬다. 반 고흐를 빼고는 나와 다른 화가와는 단단하고 높디높은 담이 쌓여있었다.
이내 그 담벼락은 차츰 풍화작용이 일어났다. 서서히 미술 이야기에 스며들고 있었다.
그림을 보고 해설을 짧게 읽고 작품 앞에 멍하니 한나절을 느긋하게 보냈다. 세잔과 조금 가까워졌고 점묘법의 쇠라와 친해졌고 마티스에 익숙해졌다.
보다 보니 예술사의 흐름 자체에도 조금은(정말 아주 조금은) 익숙해졌다.
이다음의, 또 그다음의 후발 주자들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마지막 순서로 당도한 잭슨 폴록의 자유분방함은 내게 상당한 청량감으로 다가왔다.
별개로, 피카소는 생각보다 실로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예술에 엄청난 양을 남겼다. 그의 이름을 내건 작품실은 당장 몇 개라도 신설할 수 있어보였다.
또 별개로, 미술관 투어를 다 마치고 저녁을 가는 길 도중에 NBA스토어를 들렸다.
30개 팀의 굿즈를 한데 모아놓으니 삼 층짜리 건물의 진열대가 꽉 차 있었다. 내겐 가슴 벅찬 수십 분짜리 방문이었다.
나중에 뉴욕에 다시 오는 날이 있으면 이곳에 더 진득하게 들리리. 이것만 보러 뉴욕에 온다고 할 수 있을 수도.
어제저녁에 이어 오늘도 한식당을 찾았다. 조아키친이라는, 다양한 한식과 햄버거까지 파는 집이다.
엄마와 내겐 저녁으로의 한식은 그냥 하루를 마무리하고 에너질 채우는 루틴이 됐다.
오전과 오후 뉴욕 사람 냄새를 맡으며 뉴욕 거리를 걷다 보면 이내 저녁만큼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진다.
그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익숙하고 따뜻한 맛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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