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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국

미국 동부 여행기 [3] - 뉴욕 1일차

by 한찬우 2024. 4. 16.

<미국 동부 여행기>

뉴욕 1일 차



- 센트럴파크와 경빈이. 뉴욕의 한복판에서

 

오전 6시에 일어났다.

경빈, 영희, 여원 님과 브로드웨이 한 골목에서 만났다. 바다를 한참 건너와 이 도시의 한복판에서 이렇게 만나다니.

세상이 좁은 건지 좋아진 건지, 혹은 우리가 커진 탓인지.

 

빌딩과 숲이 어우러진 센트럴 파크에 갔다. 조깅하는 사람들과 개 산책을 시키는 사람들이 많았다.

토요일 아침 풍경이다.

산책을 좀 하다가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크루아상 집에 들어갔다.

잠깐의 아침 번개를 뒤로하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잠깐 숙소 1층 로비에 앉아 경빈이랑 이런저런 이야길 더 나눴다.

넌 무얼 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그러는 나는 어떤지.

공감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고 조금 다른 지점도 있었다. 대체로 영어, 해외와 국내 시장, 대학원, 인턴십 등이었다.

결국 우린 열심히 살아간다. 다만 과정을 어떻게 꾸밀지가 우리 몫이고, 그게 어려운 것 같다.

우린 그 과정 중의 한복판에서 오늘 서로 만났다.

가면 갈수록 우리의 실력은 늘어가고 그에 따라 욕심도 느는 법이지만, 더 집중해야 할 영역은 좁아진다.

그래서 생각은 더욱더 많아진다.

 


- 미디어가 만들어낸 뉴욕



기상천외한 광경들이 펼쳐지기로 유명한 뉴욕.

오죽하면 지하철 공익광고 중 ”다른 사람의 지하철 이야기에 주인공이 되지 마세요 “라는 문구가 있다.

딴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그런 짓은 하지 말란 거다.

뉴욕 지하철을 배경으로 한 길고 짧은 영상들이 가끔 SNS상에 떠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뉴욕 지하철 영상만 단독으로 올리는 채널도 있다.

지하철 좌석에 뻗어 누워 자는 사람, 모르는 사람 정수리에 뽀뽀하는 사람, 한껏 크게 노래를 부르는 사람…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뉴욕 지하철 속 이미지는 만들어져왔다.

그리고 어젯밤, 오늘 아침 서너 차례 지하철을 탔다. 다행히도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은 없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나처럼 졸린 하품을 해댔고 이어폰을 끼고 제 노래를 듣기 바빴다. 광대 역할을 맡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의 이목은 특정 사람에 꽂히지 않고 저마다의 생각 속으로 향해있는 듯했다.

 

현재는 지하철을 타고 JFK 공항에 가고 있다.

엄마를 만나기 몇 시간 전이다.

 

- 나를 팔고 나를 설명한 날

 

아침엔 경빈이랑 서로의 로드맵에 관해 이야기한 바 있었다.

이후, 오후가 되어 공항에서 엄마와 만났다. 얼마 만에 만남인 걸까.

찬찬히 지하철을 타면서 그간의 '시차'들을 서로 맞춰나갔다.

이야기에 푹 빠진 채 숙소가 있는 맨해튼 브로드웨이까지 지하철을 타고 올라왔다.

 

체크인을 한두 시간 앞둔 시간, 출출한 배를 채우러 우린 베이글 집에 들어갔다.

크림치즈가 듬뿍 담긴 훈제 연어 베이글과 치킨 베이글을 맛보며 나는 또 한 번 내 로드맵을 엄마에게 연설하고 있었다.

 

나는 내 PR에 약한 편 같다.

남들의 꿈과 야망은 한없이 커 보이는데, 내 그것들은 작고 허점이 많아 보인다.

그 작은 걸 더 작게끔 쭈뼛대며 말하니 나 자신도 설득력이 약함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오늘 맞은편엔 내 친한 친구와 엄마가 있었다.

그들에게 내 꿈을 팔고 설득하지 못하면 과연 누구에게 팔 수 있으리.

 

ㅡ 사람들의 삶에는 스포츠가 필요하다. 그중 특히 농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는 내가 평생 가져갈 수 있겠다. 아니 가져가야 하겠더라.

ㅡ 스포츠엔 이야기가 많다. 그동안 해온 전공, 취미, 학문 탐구를 지속한다면 그걸 잘 전할 자신도 있고.

ㅡ 미국의 스포츠 전문지를 보면 우리의 종합지에 견주고도 남는다. 그 테크니컬함은 스포츠 신문이라고 결코 뒤지지 않는다. 난 그런 스포츠 저널리즘을 하고 싶다.



이런 식의 설명이 잘 통했다. 특히 엄마에게 날 납득시키는데 성공했다.

5개월 만에 상봉이었는데, 묵디묵은 찜찜함이 반나절 만에 해소가 되었다. 

이후 굳은 결의를 다시금 다지며 뉴욕타임스 사명이 걸린 로비 앞에서 사진을 남겼다.

휘황찬란한 타임스퀘어 한복판에도 서보았다.

 

수많은 고층 건물 사이로 불어오는 빌딩풍이 생각보다 매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하게, 내 갈증을 씻겨 내려주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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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일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