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미국

미국 동부 여행기 [4] - 뉴욕 2일차

by 한찬우 2024. 4. 16.

<미국 동부 여행기>

뉴욕 2일 차

 

자유의 여신상으로 향했다.

크루즈를 타고 제법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맨해튼과 멀어졌다.

카메라의 광각처럼, 사물과 멀어질수록 더 많은 사물이 보였다. 맨해튼의 빌딩들이 저마다 키재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

새파란 하늘 아래 연두하늘빛의 여신상과 그것을 바치고 있는 회색 발판. 비슷한 계열의 세 단색이 모여 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최근 본 기념물 중 단연 으뜸으로 멋있고 시원했다.



이 여신상 아래 그리고 또 저만치에, 이 곳 리버티 섬과 여신상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설명해놓은 곳이 잘 조성되어있다.

하나하나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유를 넘어 미국의 기치까지 스며드는 기분이다.

천발백 몇십 년부터 시작된 거인상 건립은……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자유의 여신상은 단순한 모뉴먼트 이상의 것으로 자부됐다.

 

그러다가 불현듯 생각 하나가 찾아든다.

조선 한양의 궁궐을 보면, 삼국시대의 기록과 유물을 보면 그 역사의 스펙트럼은 이곳과 견줄 수 없이 오래되었다.

1392년이 얼마나 오래된 역사냐고. 삼국 시대는 훨씬 더 오래전이라고.

국사의 시작은 아주 오래되었고 그 밀도 또한 촘촘하다.

우리 민족만의 수천 년의 역사와, 그것들을 잘 간직해 놓은 여러 유적지가 있다.

우리의 국토 전역에 있는 박물관에 들어가면 우리 유물과 우리 역사의 비중이 가히 압도적일 거다.

그것을 충분히 자부해도 되겠다고, 다만 그것을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일 것이라고.

자유의 여신상 뒤편 카페테리아에서 피자와 어니언링을 씹으며 한 생각들이다.

 

이후에 9/11 테러 메모리얼 건물, 월 가와 황소상을 지나갔다.

해 질 녘의 브루클린 브릿지도 엄마와 함께 걸었다.

3만 보 가까이 걸었으나 별 힘들지 않았다.



여신상 입구에 걸려있던 시 하나를 인용한다.

《새로운 거상》(The New Colossus, 1883)이라는 시 구절이 새겨져 있다.
“정복자의 사지(四肢)를 대지에서 대지로 펼치는,
저 그리스의 청동 거인과는 같지 않지만
여기 우리의 바닷물에 씻긴 일몰의 대문 앞에
횃불을 든 강대한 여인이 서 있으니
그 불꽃은 투옥된 번갯불, 그 이름은 추방자의 어머니
횃불 든 그 손은 전 세계로 환영의 빛을 보내며
부드러운 두 눈은 쌍둥이 도시에 의해 태어난, 공중에 다리를 걸친 항구를 향해 명령한다
오랜 대지여, 너의 화려했던 과거를 간직하라!
그리고 조용한 입술로 울부짖는다
너의 지치고 가난한
자유를 숨쉬기를 열망하는 무리들을
너의 풍성한 해안가의 가련한 족속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폭풍우에 시달린, 고향 없는 자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황금의 문 곁에서 나의 램프를 들어 올릴 터이니."
 

0123456789
뉴욕 2일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