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여행기>
뉴욕 4일 차
음성 녹음으로 남겨놓는 일기다. 피곤했다.
구급차 소리가 들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록펠러 전망대, 뮤지컬 라이온킹. 오늘 한 것을 크게 뽑아보자면 그렇다.
엄마와의 뉴욕 여행 4일 차이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알찬 일정으로 하루를 꽉 채웠다.
어제에 이어 같은 한식집에 다시 찾았다.
재방문임에도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와 매콤한 음식은 우릴 따뜻이 반기고 있었다. 여전히 맛있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록펠러 센터에서 운영하는 전망대엔 낮에 찾았다.
다들 야경을 추천했던지라 걱정이 기대보다 앞섰지만, 낮이든 밤이든 배경은 뉴욕의 마천루였다.
맨해튼을 넘어 브루클린과 퀸즈까지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이매진 드래곤스 <On top of the world>를 잠깐 찾아들었다.
저녁을 먹고 나선, 뮤지컬 라이온킹을 보러 브로드웨이 민스코프 극장으로 향했다.
상당히 큰 충격을 다가온 두 시간이었다.
진정 예술이 무엇이고 예술의 존재 이유 따위의 질문을 내게 던져주었다. 왜 라이온킹의 실사판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이젠 짐작이 된다.
극 중 내내 표현에 있어서 '진짜 같다'라는 느낌보다 '우아하다'라는 느낌을 참 받았다.
오늘 극에서 등장한 나온 동물들을 놓고 보자. 사실은, 이들을 애니메이션/그래픽화 한 게 더 동물 같을 것이다.
요즘 세상이면 사실 실제 동물을 빼다 박은 듯한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갖다 놓을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그림을 비롯한 예술 작품을 창작하고 구현하는 데 있어서 [실제성과 사실성]이 반드시 꼭 1순위가 되는 것은 아니구나.
인간이 동물을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우아함, 아름다움, 동작감이 공연으로 승화했기에 더 멋있었다.
사실성은 뒷전이었지만 그것의 승화와 조화가 압권이었다... 오프닝부터 온몸이 소름이 돋는 모멘트였다.
라이온킹.
아무리 세상이 발달하고,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시뮬라크르로까지 번지는 세상에서 꼭 진짜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예술적 정취가 뉴욕 한복판에 살아있다는 것이 한 인류로서 행복했다. 인류의 자산이구나.
이렇게 뉴욕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그 어떠한 도시보다도 뉴욕은 나흘 내내 빡빡히 돌아다녀도 부족한 도시다.
명소 중 명소라고 하는 곳만 골라 다니는데도 부족하다.
내일 아침엔 기차를 타고 보스턴으로 향한다.
어느덧 센트럴파크,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는 서너 번 지나다녔다.
이 도시에 대한 꽤 깊은 기억을 가지고 또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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