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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국

미국 동부 여행기 [7] - 뉴욕 5일차 / 보스턴 1일차

by 한찬우 2024. 4. 16.

<미국 동부 여행기>

뉴욕 5일 차 / 보스턴 1일 차

 

팬 활동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한 명의 사람이든 그룹이거나 팀이 됐든, 그들을 좋아한다고 쳐보자.

그들의 팬이라면 응당 그들과의 만남을 기약하고 고대하는 게 보통인건가. 

적어도 나는 그 정도까지의 전제를 하진 않았다. 



7년 전, 18살의 나도 그렇게, 영락없이 아무런 계산 없이 한 팀에 빠져들었다.

미국에 보스턴에 있는 특이한 무늬의 코트를 가진 초록색 팀컬러의 농구 팀 보스턴 셀틱스에 빠지게 됐다.

바다 건너 농구 팀을 좋아한 탓인지, 우연한 마주침도 목적을 가진 만남도 기대하지 않았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해외 축구에 빠져 살았다면, 이 시점을 기준으로 농구는 내 취미라는 풀밭에서 차츰 그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당시 보스턴은 어빙과 헤이워드가 에이스인 팀이었다.

내가 보스턴을 좋아한 시간만큼이 내가 NBA 농구를 본 시간과 같았다.

당해년도 데뷔한 신인 테이텀의 커리어와 동일하게, 내 팬심의 역사도 시작됐다.

 

호기롭게 2017-18년도 시즌을 시작했을 거다.

그런데, 에이스 헤이워드가 불의의 부상으로 첫 경기 1 쿼터부터 시즌 아웃(어쩌면 선수 생활 자체가 불투명했을) 부상을 당했다.

그렇게 테이텀이 루키 치고는 뜻밖의 출전 기회를 자주 얻어갔고 그대로 자릴 잡는 데 성공한다.

그가 출전하는 한경기 한경기가 곧 내가 본격적으로 본 NBA의 경기들 수와 같았다.

 

등번호 0번의 테이텀은 결국 한 시즌만에 팀 내 확고한 주전으로 발돋움 했다.

팀 내에서 가장 잘하는 1옵션 선수이 된 것도 벌써 몇 년 전이다.

머리도 빡빡머리에서 제법 스타일링을 하고 수염도 덥수룩하게 길러 팀의 간판 스타가 됐다.

이제 그는 리그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다.

어느덧 농구도 다른 것들을 제치고 내 취미를 독과점하다시피 하는 거대한 것으로 변모했다.



이런 보스턴과 테이텀에 대한 내 인연은 결국 내 미국 행에 적잖은 (어쩌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미국 땅을 밟은 지 6달이 되었고 오늘 드디어 보스턴 백베이 역 승강장에 발을 디뎠다.

더욱 설렐걸 알기에 굳이 서두르지 않았던 보스턴 여행, 보스턴 농구 경기 관람이었다.

 

이젠 2시간하고 수십 분 밖에 남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압도될 수도, 혹은 기대한 것보다 평범하거나 시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7년 동안, 꽤 짧지 않게 이어져 온 내 팬질이 부정되거나 번복될 일은 없다.

그저 그 팬 활동의 연장선에 오늘이 있고, 앞으로 더 이어나갈 것이 분명할 것이다.

 

(보스턴 셀틱스 홈경기를 보러 갔다. 애틀랜타와의 경기였다.)

 

축복의 두 시간이 흘렀다.

아들놈이 좋아라하는 스포츠와 그 팀에 대해 두 시간 동안 함께 이야기하고 노래했다.

내 머릿속과 입속을 맴돌던 여러 농구 용어들이 엄마에게도 전해졌다.

보스턴의 3점 슛이 들어간 순간 함께 기뻐했고, 어쩌면 엄마가 나보다 더 기뻐해 주신 것 같다.

엄마의 말에서 “테이텀”이 나오고 상대 11번 선수(트레이 영)가 잘한다고 엄마가 먼저 칭찬했다.

 

앞에 앉은 한국인 관중에 대해, 시끄럽게 떠드는 뒷줄의 사람들에 대해 함께 이야길 했다.

전광판 속 사람들의 엉뚱한 모습에 함께 웃었다.

그렇게 두 시간의 게임이 흘렀다.

 

내 농구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꿈이었다. 보스턴 홈구장 TD 가든 방문과 홈 경기 관람.

이곳을 엄마와 함께 가서 함께 보고 함께 빠져들었다. 자아실현은 멀리 있지 않았다.

본격적인 내 로드맵과 미래에 대해 엄마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또 결재를 받아놓은 순간.

 

누구보다 신나 하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기억을 두고 이젠 더 당당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할 수 있겠다.

그토록 가장 좋아했던 공간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행운이란 실로 엄청나다.

인생의 종착지로 가기 위해 몇 가지 정류장이 있다면 오늘 하루는 분명히 그중 하나였을 테다.

 

그 어떤 밤보다 달콤한 피곤함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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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5일차 / 보스턴 1일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