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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국

미국 동부 여행기 [14] - 캔자스 4일차

by 한찬우 2024. 4. 19.

<미국 동부 여행기>

캔자스 로렌스 4일 차

 

2월 14일. 마지막 밤이다.

 

오늘만 해도 많은 일이 일어난다. 좋고 나쁜 일들의 연속이다.

며칠 전 떠나온 뉴욕에서 때아닌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

캔자스시티 치프스 우승 퍼레이드 행사에서 벌어진 총격 사고,

손흥민 이강인의 다툼 논란 그 속에 협회의 역할.

재의 수요일 미사를 드리기 위해 성당으로 모여든 사람들.

크고 작은, 좋고 나쁜 일들의 연속이다. 때론 가깝고 때론 먼일들이다.

이번 여행은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펼쳐졌다. 때론 우리 눈앞에서 보았고 두 귀로 들었고 두 발로 걸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런 뉴스거리들을 나열했는지 모르겠다.

어제 찾은 한식당을 오늘도 찾았다. 이번엔 치킨을 시켰다. 엄마와 나의 미국 여행의 마지막을 자축하려 했다.



아무튼 엄마와의 여행은 오늘 밤이 마지막이다.

내일 낮이 되면 엄마를 택시 타고 공항에 태워 보내드려야 한다. 영락없이 작별을 고해야 한다.

난 또다시 학교와 기숙사,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고 엄마도 마찬가지일 테다.

산더미처럼 쌓인 사진과 영상, 그리고 우리 둘의 공통된 추억들과 또 저마다 다른 기억과 감정들.

 

인생이 기나긴 산맥이라고 본다면 그중 여러 봉우리가 있을 것이다.

엄마와 함께 한 이번 여정은 내게 가장 높은 꼭대기는 아니었더라도 꽤 높은 봉우리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직감이 들었다.

지금까지 달려온 과정의 본질적인 이유가 어쩌면 이번 여행 같은 것들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상당한 뿌듯함도 여러 번 느꼈다.

 

사람은 보통이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진취적인 존재다.

만약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행복이 같은 값이라면 대개는 미래의 행복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미래는 더 큰 것이 올 수 있다고, 또 그걸 생각하는 기대감도 더해질 수 있다.

그러니 오히려 눈앞의 달콤함보다 나중의 것을 추구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더 앞으로 달려가고자 한다.

 

그런 흐름에 편승해 오던 내게 이번 여행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지금만큼은 앞을 안 바라봐도 되겠다"라고.

지금까지 달려온 이유가 이런 순간을 느끼고자였겠다고.

어쩌면 지금의 순간은 앞으로 다가올 봉우리만큼이나 높고 만족스러울 수 있겠다고.

 

십 수년간 '앞'을 보고 힘차게 달려온 나였다.

그 '앞'들 중 가장 우뚝 서있던 것이 이번 순간이지 않았을까, 하는 짜릿함이 내 온몸을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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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 4일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