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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국

미국 동부 여행기 [1] - 출발 하루 전 (프롤로그 1)

by 한찬우 2024. 4. 16.

<미국 동부 여행기>

여행 출발 하루 전

 

후, 새벽 3시 27분.

 

여행보다 내게 어려운 건 여행을 위한 짐 싸기다. 

좋은 것, 맛있는 것, 멋있는 것 위주로 이어지는 게 여행이라면 그게 어려울 법은 별 없다.

 

그에 반해, 짐 싸기란 십 수일간의 달콤함 직전에 찾아오는 마지막 관문으로 느껴진다.

누군가는 떠날 마음을 먹고 채비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한다.

설렘과 기대를 부품은 채로 준비하는 것, 더 나아가서, 이미 당신은 여행을 떠나고 있다고.

아직 내겐 그것까진 아니다.

더군다나, 혹시 모르고 빠뜨릴 잠재적인 것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니 스트레스는 더 쌓인다.

아까 저녁부터 계획한 짐 싸기는 시간이 그새 흘러 자정을 훌쩍 넘겼다.

 

지난 1월 여행은 내 가장 친한 친구와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둘을 돌았다. 

그간 우리 둘의 우정에 농구도 늘 함께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같이 나간 유소년 농구 대회만 해도 수두룩이다.

그런 추억을 상기시키기라도 하는 듯이 지난 여행은 NBA 농구사의 '유적지'들을 훑었다.

미국 농구의 2010년대를 양분한 르브론과 커리의 현 소속팀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 대표 두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스시코를 돌며 NBA는 물론 우리 우정의 에라 역시 추억했다. 

 

지난 여행과 이번 여행은 '기분 좋은 대조'가 이루어진다. 우리 엄마랑 미 동부를 열흘가량 돌아다닌다.

뉴욕을 시작으로 보스턴, 워싱턴을 돌고 캔자스로 함께 돌아와 내가 사는 로렌스에서 나흘을 더 보낼 예정이다.

 

첫 여행지 뉴욕을 향하여, 나는 이곳에서 엄마는 인천에서 출발한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시끄럽고 또 가장 중요하다고도 하는 도시.

이런 거대한 도시를 내 인생에서 가장 비중이 큰 당신과 함께한다.

 

짐을 싸기에도 아주 조용한 새벽이지만 내 눈동자는 또렷하다.

 

아직도 짐 싸기가 어렵고 좀 부담스러운 초보 여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