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여행기>
여행 출발 하루 전
후, 새벽 3시 27분.
여행보다 내게 어려운 건 여행을 위한 짐 싸기다.
좋은 것, 맛있는 것, 멋있는 것 위주로 이어지는 게 여행이라면 그게 어려울 법은 별 없다.
그에 반해, 짐 싸기란 십 수일간의 달콤함 직전에 찾아오는 마지막 관문으로 느껴진다.
누군가는 떠날 마음을 먹고 채비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한다.
설렘과 기대를 부품은 채로 준비하는 것, 더 나아가서, 이미 당신은 여행을 떠나고 있다고.
아직 내겐 그것까진 아니다.
더군다나, 혹시 모르고 빠뜨릴 잠재적인 것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니 스트레스는 더 쌓인다.
아까 저녁부터 계획한 짐 싸기는 시간이 그새 흘러 자정을 훌쩍 넘겼다.
지난 1월 여행은 내 가장 친한 친구와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둘을 돌았다.
그간 우리 둘의 우정에 농구도 늘 함께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같이 나간 유소년 농구 대회만 해도 수두룩이다.
그런 추억을 상기시키기라도 하는 듯이 지난 여행은 NBA 농구사의 '유적지'들을 훑었다.
미국 농구의 2010년대를 양분한 르브론과 커리의 현 소속팀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 대표 두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스시코를 돌며 NBA는 물론 우리 우정의 에라 역시 추억했다.
지난 여행과 이번 여행은 '기분 좋은 대조'가 이루어진다. 우리 엄마랑 미 동부를 열흘가량 돌아다닌다.
뉴욕을 시작으로 보스턴, 워싱턴을 돌고 캔자스로 함께 돌아와 내가 사는 로렌스에서 나흘을 더 보낼 예정이다.
첫 여행지 뉴욕을 향하여, 나는 이곳에서 엄마는 인천에서 출발한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시끄럽고 또 가장 중요하다고도 하는 도시.
이런 거대한 도시를 내 인생에서 가장 비중이 큰 당신과 함께한다.
짐을 싸기에도 아주 조용한 새벽이지만 내 눈동자는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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