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여행기>
뉴욕 0일 차
누구에게나 뉴욕이 처음인 순간이 있다.
젠장, 결국 짐 하나를 빠뜨리고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출발 직전까지 준비물과 여러 계획을 점검한답시고, 정작 그것들을 모조리 적어둔 손바닥만 한 검정 다이어리를 두고 왔다.
이번 여행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을 다 그곳에다 털어놓으려 했건만 이렇게 막혔다.
어쩔 수 없이 내일부턴 공책 하나를 사서 그곳에서 적어나가야겠다.
지금 휴대폰 자판을 두드리며 일기를 적고 있지만 (정확히는 무수히 반복되는 타이핑을 통해 글자를 만들어내며) 도무지 이 짓을 여행 내내 할 자신은 없다.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 "웰컴 투 뉴욕"을 중학교 1-2학년 때쯤 처음 접했다.
그로부터 딱 10년이 지나 이곳을 처음 밟게 됐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밤 9시쯤 떨어졌다.
공항부터 정말로 “웰컴 투 뉴욕” 플래카드가 여럿 붙어있었다.
누군가는 뉴욕이 이미 삶의 터전일 수도, 애초에 이 대도시에서 나고 자랐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출장과 볼 일로 이곳을 여러 번 왔다 갔을 수 있다.
그런 그들에게도 분명 이 뉴욕이 처음인 순간이 있지 않았을까. 그 순간만큼은 분명 모두에게 설렜을 것이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그 순간의 소리, 풍경, 승객들의 표정에 이렇게 집중한 것은 처음이다.
누구에게나 뉴욕이 처음인 순간이 있다.
뉴욕은 엘에이 샌프란시스코에 비하면 치안/거리 분위기가 상당히 괜찮은 편 같다.
아직 맨해튼 시내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지만, 서부 도시들에서 받은 첫인상보다는 훨씬 연하고 익숙하다.
내일부턴 본격적으로 뉴욕의 정취를 맡아보러 다닐 예정이다.
웰컴 투 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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