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여행기>
보스턴 2일 차
학교 투어가 메인 일정인 날이다.
별 학교는 아니고, 하버드와 MIT를 다녀왔다.
이 학교들에 방문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기대조차 안 했던 게 당연하다.
한 달 전쯤 여행을 계획하다 보니 '보스턴 명소' 목록에서 하버드의 이름이 눈에 띄었고, 학교 공식 투어에 신청했다.
실제 재학생들의 투어와 일화를 들으며 보스턴의 명문 대학이자 곧 세계를 대표하는 두 학교 캠퍼스를 거닐었다.
이미 대학 4학년에 접어든 나지만, 하버드의 학부 입학설명회를 왠지 모르게 솔깃하게 들렸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재학생 두세 명이 강단에 나와, 본인들의 입학 준비 경험담과 학교생활 이야기를 해주었다.
심신이 참 건강하고 맑다는 느낌이 그들의 인상에서부터 나타나 있었다.
학부 1~2학년생이라고 밝힌 그들은 전공은 두세 개씩하고 정말 본인에게 맞는 분야(그것이 전공이 됐든 향후 커리어가 됐든 취미가 됐든)를 부단히 찾고 있다는 이야길 했다.
그럼에도 아직, 하버드 전공생들조차 나중에 뭘 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대학은 그런 것 같다.
꿈을 찾는 게 어찌 그렇게 쉽고 확고할 수 있느냐고.
평생은 아니더라도 향후 수년, 십 수년을 몸담을 분야를 그리 쉽게 정하는게 어찌 당연하느냐고.
좋아하는 것이 많고 잘하는 것도 많은 사람이라면 더욱 갈림길 앞에서 고민할 터다.
그들이 맘껏 본인들 것을 차근차근 찾는데 시설을 제공하고, 비슷하고 또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것들...
그런 데서 대학의 존재 이유가 있다.
나도 이젠 관심 분야라고 말하고 싶은 것들이 굳혀지고 있다.
저널리즘, 사회학, 경제학... 대학에서 학문으로서 배우고 싶은 것들이다.
하버드 재학생의 60%는 Study Abroad (교환학생, 단기 파견 등 모든 국제 프로그램을 통칭) 경험이 있다고 한다.
MIT 역시 웰컴센터에 들어오자마자 학생들의 국제 경험 모습을 꾸며놓은 복도가 있었다.
4년을 똑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단일한 전공 수업 커리큘럼만 따르기엔 아깝다. 우리 인생은 더 길다.
덩달아, 미국 입시 전반에 대해서도 조금은 엿들어 볼 수 있었다. 흔히 이야기 되는 '입학 사정관' 제도.
비교과 활동(extra curricular activities) 이야기가 한국과 외형적인 모습은 비슷하지만, 그 속은 조금 다르게 들렸다.
강단에 선 학생들은 현재 힙합 활동, 아시아 단체, 배구 동아리 등에 소속되어 있다고 한다.
초중고 때부터 이러한 비교과 활동이 자리 잡으니 대학에 와서도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삶의 일부고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몸소 배워왔기 때문에.
다만, 내가 느낀 우리 교육은 고교 시절까진 비교과 활동 역시 대입의 하나의 수단으로 꽤 변질된 지 오래고(미국이라고 아닌 것은 아니겠지만), 대학에 와서 급격하게 그 컨트롤이 무너지는 것처럼 보인다.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비교과 활동이 온연히 우리네 삶 일부로 자리 잡기 위해선, 서서히 어린 시절부터 녹아들어야 한다는 생각 했다.
그들 발표 통계의 따르면, 24%의 하버드대 재학생은 등록금을 내지 않는다고 한다. 고려 기준은 소득 구간이다.
85k, 85k-150k, 150k 이상으로 총 세 구간으로 나누며 각각 0%, 0~10%, 10% 이상의 등록금을 낸다고 한다.
오늘 글은 사실 두세 시간 떠들어준 재학생들의 입담을 그저 베껴놓는 데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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