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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여행기 [4] - 뉴욕 2일차 뉴욕 2일 차 자유의 여신상으로 향했다.크루즈를 타고 제법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맨해튼과 멀어졌다.카메라의 광각처럼, 사물과 멀어질수록 더 많은 사물이 보였다. 맨해튼의 빌딩들이 저마다 키재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새파란 하늘 아래 연두하늘빛의 여신상과 그것을 바치고 있는 회색 발판. 비슷한 계열의 세 단색이 모여 내 눈을 즐겁게 해 준다.최근 본 기념물 중 단연 으뜸으로 멋있고 시원했다.이 여신상 아래 그리고 또 저만치에, 이 곳 리버티 섬과 여신상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설명해놓은 곳이 잘 조성되어있다.하나하나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유를 넘어 미국의 기치까지 스며드는 기분이다.천발백 몇십 년부터 시작된 거인상 건립은……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자유의 여신상은 단순한 모뉴먼트 이상의 것으로 자부됐.. 2024. 4. 16.
미국 동부 여행기 [3] - 뉴욕 1일차 뉴욕 1일 차- 센트럴파크와 경빈이. 뉴욕의 한복판에서 오전 6시에 일어났다.경빈, 영희, 여원 님과 브로드웨이 한 골목에서 만났다. 바다를 한참 건너와 이 도시의 한복판에서 이렇게 만나다니.세상이 좁은 건지 좋아진 건지, 혹은 우리가 커진 탓인지. 빌딩과 숲이 어우러진 센트럴 파크에 갔다. 조깅하는 사람들과 개 산책을 시키는 사람들이 많았다.토요일 아침 풍경이다.산책을 좀 하다가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크루아상 집에 들어갔다.잠깐의 아침 번개를 뒤로하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잠깐 숙소 1층 로비에 앉아 경빈이랑 이런저런 이야길 더 나눴다.넌 무얼 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그러는 나는 어떤지.공감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고 조금 다른 지점도 있었다. 대체로 영어, 해외와 국내 시장, 대학원, .. 2024. 4. 16.
미국 동부 여행기 [2] - 뉴욕 0일 (프롤로그 2) 뉴욕 0일 차누구에게나 뉴욕이 처음인 순간이 있다.젠장, 결국 짐 하나를 빠뜨리고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출발 직전까지 준비물과 여러 계획을 점검한답시고, 정작 그것들을 모조리 적어둔 손바닥만 한 검정 다이어리를 두고 왔다.이번 여행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을 다 그곳에다 털어놓으려 했건만 이렇게 막혔다.어쩔 수 없이 내일부턴 공책 하나를 사서 그곳에서 적어나가야겠다.지금 휴대폰 자판을 두드리며 일기를 적고 있지만 (정확히는 무수히 반복되는 타이핑을 통해 글자를 만들어내며) 도무지 이 짓을 여행 내내 할 자신은 없다.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 "웰컴 투 뉴욕"을 중학교 1-2학년 때쯤 처음 접했다.그로부터 딱 10년이 지나 이곳을 처음 밟게 됐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밤 9시쯤 떨어졌다.공항.. 2024. 4. 16.
미국 동부 여행기 [1] - 출발 하루 전 (프롤로그 1) 여행 출발 하루 전 후, 새벽 3시 27분. 여행보다 내게 어려운 건 여행을 위한 짐 싸기다. 좋은 것, 맛있는 것, 멋있는 것 위주로 이어지는 게 여행이라면 그게 어려울 법은 별 없다. 그에 반해, 짐 싸기란 십 수일간의 달콤함 직전에 찾아오는 마지막 관문으로 느껴진다.누군가는 떠날 마음을 먹고 채비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한다.설렘과 기대를 부품은 채로 준비하는 것, 더 나아가서, 이미 당신은 여행을 떠나고 있다고.아직 내겐 그것까진 아니다.더군다나, 혹시 모르고 빠뜨릴 잠재적인 것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니 스트레스는 더 쌓인다.아까 저녁부터 계획한 짐 싸기는 시간이 그새 흘러 자정을 훌쩍 넘겼다. 지난 1월 여행은 내 가장 친한 친구와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둘을 돌았다. 그간 우리 둘의 우정에 농.. 2024. 4. 16.